아마추어 대학생이 해석한 오감도 제1호 <13인의 아해>

2025. 2. 12. 10:57Life 스토리

이상의 「오감도」 제1호: 끝없는 공포와 집단적 패닉

이상의 「오감도」 제1호는 한국 문학사에서 가장 난해하면서도 강렬한 시로 평가받는다. 특히 첫 구절인 “13인의 아해가 도로를 질주하오.”라는 문장은 단순한 풍경이 아니라, 시대적 공포와 집단적 패닉의 구조를 압축적으로 담아낸 상징적인 장면이다. 이 시를 읽으며 나는 한 가지 강렬한 이미지를 떠올렸다.

아해들이 서로를 보며 공포에 질려 비명을 지르고, 막다른 골목에서 다시 뒤돌지만, 또다시 서로를 마주하며 질주하는 모습. 이는 단순한 도망이 아니라, 끝없는 공포의 연속이며 집단적 패닉의 순환을 나타낸다. 또한, 이 시에서 ‘아해’는 단순한 어린아이가 아니라, 공포의 대상이자 동시에 공포를 느끼는 존재이다. 즉, 누구나 아해가 될 수 있으며, 누구든지 두려움의 주체이자 객체가 되는 것이다.

‘13인’이라는 숫자의 의미

이 시에서 등장하는 ‘13인’이라는 숫자는 단순한 숫자가 아니다. 이는 서양에서 불길함과 공포를 상징하는 숫자로, 13일의 금요일, 그리고 예수의 최후의 만찬에서 13번째 인물인 유다의 배신과 연결된다.

일제강점기라는 배경을 고려하면, 이 숫자는 단순한 미신이 아니라, 당시 조선 사회에서의 불안과 배신의 구조를 상징하는 중요한 요소가 된다. 식민지 체제 속에서 조선인들은 서로를 감시하고, 배신하고, 의심하며 살아야 했다. 친일파와 같은 배신자들은 동족을 밀고하고 일본의 통제에 협조했으며, 이는 공포를 더욱 가중시키는 역할을 했다. 이러한 사회에서는 누가 유다인지, 누가 희생자인지 알 수 없는 혼란이 지속되었고, 사람들은 끊임없이 불안을 느끼며 살아가야 했다. 결국 「오감도」에서의 ‘13인의 아해’는 단순한 피해자가 아니라, 서로를 감시하고 배신할 수도 있는 존재들이라는 점에서 더욱 섬뜩하게 다가온다.

공포의 순환 구조: 서로를 두려워하며 도망치는 아해들

「오감도」에서 가장 중요한 장면은 아해들이 ‘도로를 질주하는 모습’이다. 하지만 그들이 도망치는 것은 단순한 외부의 적이 아니라, 서로가 서로를 보고 공포에 질리는 상황이다. 즉, 공포는 외부에서 주어진 것이 아니라, 집단 내부에서 증폭되는 것이다.

  • 한 명이 뛰면, 나도 뛰어야 한다.
  • 뒤돌아봐도, 또 다른 아해들이 공포에 질려 뛰고 있다.
  • 결국 모두가 공포 속에서 서로를 경계하며, 멈출 수 없는 질주를 계속한다.

이러한 장면은 단순한 도망이 아니라 집단적 패닉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이는 현대의 군중심리와도 유사한 구조를 보이며, 두려움이 전염되면서 통제 불가능한 상태로 발전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막다른 골목’과 ‘질주’의 의미: 끝없는 무력감과 공포의 악순환

이 시에서 ‘막다른 골목’은 단순한 공간적 개념이 아니라, 개인이 식민지 체제 속에서 느끼는 무력감과 구조적 억압을 의미한다. 일제강점기라는 현실 속에서 조선인은 어디로 도망쳐도 자유로울 수 없는 존재였다. 따라서 막다른 골목은 곧 식민지 체제의 벽이며, 아해들이 그 앞에서 절망하는 모습은 개인이 거대한 역사적 폭력 앞에서 느끼는 무력감을 나타낸다.

하지만 흥미로운 점은, 막다른 골목에서 멈추지 않고 다시 뒤돌아 질주하는 장면이다.

  • 도망치다가 막다른 골목에 다다름 → 뒤를 돌아봄 → 또 다른 아해들을 마주함 → 다시 도망침
  • 즉, 공포에서 벗어나기 위해 도망쳤지만, 그 도망친 곳에서도 똑같은 공포가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 결국, 공포는 끝이 없으며, 도망쳐도 도망쳐도 벗어날 수 없는 구조 속에서 인간은 무력할 수밖에 없다.

이는 단순한 도망이 아니라, 멈출 수 없는 존재의 본질을 보여준다. 왜냐하면 멈추는 순간 더 큰 공포가 덮칠 것 같기 때문이다. 하지만 뛰는 이유를 정확히 모른다면, 질주는 의미 없는 반복이 되고, 공포는 끝없이 증폭된다.

결론: 「오감도」는 끝없는 불안과 공포의 순환을 묘사한 작품이다

이상의 「오감도」 제1호는 단순한 난해한 시가 아니라, 공포가 어떻게 사회에서 증폭되고, 끝없는 질주의 구조로 이어지는지를 보여주는 작품이다. 이 시에서의 아해들은 단순한 희생자가 아니라, 서로를 공포의 대상으로 바라보면서도 자신 또한 공포에 질려 뛰는 존재들이다. 누가 희생자이고, 누가 배신자인지 알 수 없는 상태 속에서 인간은 끝없이 도망치고, 서로를 의심하며, 공포 속에서 살아가야 한다.

이러한 구조는 특정한 시대에 한정된 것이 아니라, 본질적으로 인간이 공포 속에서 살아가는 방식을 보여주는 보편적인 서사일 수도 있다. 결국 ‘13인의 아해’는 우리 모두의 모습이며, 공포 속에서 서로를 두려워하며 질주하는 것은 시대를 초월한 인간 군상의 비극적 초상일지도 모른다.